2021-10-29

GIFF #8호 [인터뷰] '월든' 보예나 호락코바 감독

냉전 시대 동구권 청춘들의 이야기

<월든>의 야나와 파울리어스는 누구나 한번 경험하는 첫사랑의 계절을 통과한다. 다만 그들이 있는 곳이 베를린 장벽과 소련이 무너지기 전 1989년 여름, 리투아니아의 빌뉴스였다는 점이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든다. 공산주의 국가에서 태어난 보예나 호락코바 감독 또한 야나와 같은 청춘을 보냈다. “당시 기억의 강렬함 때문에 젊은이들의 이야기에 주목하게 됐다. 당시엔 빨리 서구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실제 서구로 갔을 때는 고대했던 것과는 다른 삶이 시작되긴 했지만.” 한국을 찾은 보예나 호락코바 감독과 동유럽의 기억, 요나스 메카스 그리고 에릭 로메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당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고 들었다. 똑같이 자전적인 내용을 담은 <나의 동쪽에서>(2008)은 다큐멘터리로 찍었는데 이번에는 극영화로 접근한 이유가 무엇인가.

= <나의 동쪽에서>는 완벽하게 다큐멘터리였다고 말할 수 없다. 자전적인 다큐멘터리는 결국 픽션과 자신이 실제 겪은 일이 섞일 수밖에 없는 특수성이 있다. <월든>은 픽션이면서 한편으로 다큐멘터리 같은 측면이 존재한다. 가령 난 체코인인데 <월든>의 배경은 리투아니아다. 이런 식으로 실제와 허구의 설정이 믹스되어 있다.

- 그럼 체코가 아닌 리투아니아에서 촬영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 나는 불가리아에서 태어나서 프라하에서 생활했다. 자전적인 이야기를 한 작품이기 때문에 더더욱 내 이야기만 담고 싶지 않았다. 나 자신에서 좀 떨어져 거리를 두고 이 이야기를 바라보고 싶었다. 어쨌든 동유럽 국가가 배경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리투아니아를 설정하게 됐다. 외부에서 보기엔 체코나 리투아니아가 비슷한 문화를 가지고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문화적 환경을 갖고 있다. 내게도 리투아니아는 타국이다. 체코는 좀더 자유로운 분위기였고, 리투아니아는 훨씬 억압적인 체제를 갖고 있었다.

- 혹시 영화를 만들 때 요나스 메카스 감독의 <월든>을 참고했나. 공교롭게도 요나스 메카스도 리투아니아에서 태어났다.

= 그 작품 때문에 제목을 <월든>으로 지은 것은 아니다. 처음에 생각했던 건 요나스 메카스의 <리투아니아 여행의 추억>이었다. 이 작품을 베이스로 하면서 나중에 요나스 메카스의 <월든>도 떠올렸다. 요나스 메카스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에서 영감을 받아 영화를 만들었고,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숲 속 호숫가에서의 삶에 주목했던 작가다. 영화 <월든>에도 비슷한 은신처가 등장하기 때문에 돌고 돌아서 결국 헨리 데이비도 소로와도 연관이 있지 않나 싶다.

- <월든>은 냉전 시대와 불안정한 동구권 사회 분위기, 위태로운 청춘의 속성이 함께 흔들리는 모습을 포착한 영화다. 청춘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다. 누구도 정확한 답을 해줄 수 없을 것이다. 청춘은 결코 오늘의 나와 분리되지 않고 언제까지를 청춘이라고 정의해야 할지도 모호하다. 하지만 젊음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민과 행동의 순간들을 영화에서 표현하려고 했다. 에릭 로메르가 나이가 든 이후에도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많이 다룰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기억하기 위해서”라고 답한 적이 있다. 나도 영화를 만들면서 내가 기억하는 것이 진짜 청춘인지 아닌지 확인해갔던 것 같다. 실제로 리투아니아 촬영팀에게 에릭 로메르의 <겨울 이야기>도 보여주며 레퍼런스로 삼았다.

- 원래 배우 일을 먼저 시작했던 걸로 안다. 지금까지 연출한 두 편의 영화가 당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토대로 하는데 앞으로는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 전문 배우는 아니었고 그냥 연기가 좋아서 도전했던 거다. 이후 IDHEC(프랑스의 국립영화학교 페미스의 전신)에 들어가면서 연출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일단은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동유럽에 살았던 시절로부터 벗어나 이제 내가 정착해 살고 있는 프랑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실제로 올해 영화제에서 소개한 단편영화도 평범한 프랑스 소년이 감독에 가는 얘기를 다뤘다. 이 작품에선 내가 연기도 했지만 사실 앞으로는 이렇게 내가 연출한 영화에 배우로 등장하려는 욕심은 전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