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24

GIFF #3호 [인터뷰] 우린 모두 ‘꿈’을 가진 어린이였다

<오늘의 초능력> 배우 이유미와 이민섭 감독

'변화를 기점으로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라는 공통 주제를 가지고 7명의 감독이 선사하는 7인7색 미드폼 옴니버스 프로젝트인 ‘Re- 다시 프로젝트’는 스토리위즈와 바로엔터테인먼트의 합작 프로젝트다. 기성 감독과 신인 감독, 신인 배우와 연기파 배우들의 색다른 도전을 경험할 수 있는 프로젝트로, 제3회 강릉국제영화제에서는 7편의 단편 영화를 ‘Re- Love(다시 사랑하기)’와 ‘Re- Born(다시 태어나기)’라는 소주제로 각각 3편과 4편을 구분해 묶은 뒤 월드 프리미어로 선보인다. 현재 이 작품들은 KT 미디어 채널 등 다양한 플랫폼 방영을 추진하고 있다. 이민섭 감독과 배우 이유미가 주연을 맡은 <오늘의 초능력>은 'Re- Born' 카테고리에 속한 작품으로, <오징어 게임>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배우 이유미의 개성 넘치는 연기를 볼 수 있는 영화다. 하루에 딱 한 번만 초능력을 쓸 수 있는 사람들이 중요한 순간에 능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 SF 코미디 영화 <오늘의 초능력>을 연출한 이민섭 감독과 배우 이유미를 만났다. <오징어 게임>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이유미 배우 덕분에 이 작품이 더 빛을 보게 된 것 같아 다행이다.”라며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그는 <오늘의 초능력>이 지닌 것처럼 재기발랄한 상상력을 마음껏 보여줄 수 있는 장편 시나리오를 준비 중이다. 하루에도 몇 만명 단위로 인스카그램 팔로워 수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미 배우는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조단역을 거치면서 다져온 자신의 노력이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하면서 지난 작업들에 대한 즐거웠던 추억을 들려줬다.

-어려서부터 초능력을 지녔지만 존재의 가치를 잠시 망각하고 살던 평범한 삶을 살던 젊은이들이 어느 날 갑자기 경찰서에 모이게 되면서 이야기가 벌어진다. 어떤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나.

=이민섭 전작 <애타게 찾던 그대>(2021)라는 단편영화에 공승연 배우와 함께 했던 인연으로 그의 소속사와 연이 닿아 이번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됐는데 처음에는 '애프터'라는 키워드가 주어진 상태에서 이야기를 구상해야 했다.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아이디어였는데 초능력을 지녔으나 제대로 발현하지 못하고 어른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른이 된 이후’, ‘과거에 특공대를 규합했던 외계인이 지구에 돌아온 이후’에 벌어지는 이야기로 풀어보면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했다.

-이유미 배우에게는 근황부터 묻고 싶다. <오징어 게임> 이후 달라진 인기를 실감하고 있을 것 같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무엇인가.

=이유미 추석 연휴가 지나고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를 보는데 내가 알던 나의 인스타그램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계정이 된 줄 알았다. (웃음) 이게 뭐지? 나 지금 해킹당한 건가? 너무 놀래서 얼떨떨한 상태, 붕 뜬 마음을 추스리기 위해 원래 하던 일에 계속 매진하면서 크게 다를 바 없는 일상을 보내려고 하는 중이다. 또 너무 좋은 기회들이 많이 생겨나는 것 같다. <오징어 게임>을 찍으면서 많은 배우들과 친해졌는데 지금 다들 서로 잘되고 있으니까 뿌듯해 하고 있다.

-극중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핸드폰으로 보고 있는 가상의 드라마로 영화가 시작한다. '꿈꾸미 특공대'의 활약상을 다룬 영상은 과거 VHS 시절, 흔히 특촬물이라 불리던 <우주특공대 바이오맨> 같은 작품들의 스타일을 떠오르게 하는 룩으로 꾸며져 있다.

=이민섭 전체 영화의 톤앤 매너를 잡기 위한 의도로 시작한 장면이다. 일부러 화질 열화를 시켜서 VHS 시절의 느낌이 나도록 연출했다. 어려운 컴퓨터그래픽도 쓰였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초능력 장면이 아니라 비디오 테이프 룩을 만드는 게 더 어려웠다. 편집 단계에서 이미 찍어 놓은 소스를 '디지털 줌' 처리하면 관객들의 어릴 때 추억을 자극하는 장면이다.

-최근에 주목을 받은 작품들 가운데 <박화영>과 <어른들은 몰라요>의 ‘세진’에 이어서 <오징어 게임>의 지영까지, 어린 나이지만 삶의 고단함과 슬픔을 머금고 있는 인물들을 연이어 연기하고 있다.

=이유미 안쓰럽고 사연이 있는 역할, 소위 ‘센’ 캐릭터를 많이 연기한다고 보시지만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당연하고 있을 법한 사람이라 생각하고 접근한다. 누구에게나 각자 주어진 삶이 있는 거니까 이런 사람도 있겠지, 라는 마음이다. 오히려 나보다 주변에서 더 걱정을 많이 해주신다. <박화영>과 <어른들은 몰라요>의 세진도 오히려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했지 어렵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내가 더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배우로서는 그게 감사한 거다.

-<오늘의 초능력>에서 연기한 ‘지우’도 예사롭지 않은 인물이다. 어려서 어떤 계기로 초능력이 주어졌지만 지금은 왜 저러나 싶을 정도로 루저 인생을 살고 있다. 본분을 망각했다고 해야 할까, 히어로로서의 삶이 아니라 하류 인생에 가까운 삶을 살게 된 연유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 있나.

=이유미 살아가다 보니 초능력으로 대표되는 어렸을 때의 순수함을 악용하면서 살게 되지 않았을까. 자신의 순수함을 숨기면서 살았을 것 같다. 어린 시절 누구나 꿈꾸는 장래희망조차도 나이가 들면 현실적인 고민으로 바뀌지 않나. 지우도 그렇게 점점 달라져왔던 것 같다. <오징어 게임>에서의 지영도 자신을 드러내는 장면이 딱 한 신이어서 그가 과거에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상상하면서 한 장면 안에 모든 걸 표현해야 했다. 죽고 싶어도 함부로 죽을 수조차 없는 사람이며 죽기 싫은데도 죽음을 바라는 복잡한 마음을 안고 있는 그의 살아온 과거를 많이 상상하며 연기했던 것 같다.

-<오늘의 초능력>의 주인공이라 하면 어린 시절에 ‘꿈꾸미’로부터 초능력을 전해 받은 세명의 아이들이 주인공일 텐데 결말에 다다르면 ‘특공대’ 역할로 한 명이 더 합류하게 된다. 그 인물은 주제적인 면에서 어떤 기능을 하게 만들고 싶었나.

=이민섭 어린 시절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세 명의 젊은 남녀가 꿈을 갖고 살아가던 사람에 비유한다면 나중에 합류하게 되는 그 인물은 어른이 되어서도 꿈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란 의미를 담게 하고 싶었다. 처음에 그 사람은 세 명의 젊은이들이 경찰서에 끌려와 초능력을 지녔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할 때는 믿지 않았다가 눈 앞에서 어떤 장면이 펼쳐지자 가장 기겁한다.

 

-초능력을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설정과 영화가 묘사하는 상황 등에서 감독 개인의 취향이 뚜렷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평소 서브컬처 문화나 장르적인 작품을 좋아하는 것 같다.

 

=이민섭 블루레이 모으는 취미를 갖고 있다. 내 책장을 보면 한 사람의 책장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잡다한 장르의 영화들이 모여 있다. 마블 영화들과 크라이테리언 콜렉션이 뒤섞여 있는 식이다. 누군가는 무시할 수도 있는 것들을 진지하게 좋아하는 편이다 보니 영상 고등학교 시절에는 온갖 황당한 설정의 이야기를 어떤 제약도 없이 찍으며 다녔던 것 같다. 그 때의 경험이 지금의 내 취향을 만들어줬다.

-이유미 배우는 벌써 11년차 배우가 됐다. 2010년 EBS 어린이 드라마 <미래를 보는 소년>을 시작으로 상업영화로는 처음 얼굴을 알린 작품이 <황해>였고 2017년 MBC의 <20세기 소년 소녀>에 와서야 성인이 되어 처음 주연을 맡게 됐다. 정말 많은 작품에서 크고 작은 조단역 역할을 해왔는데 올해 <어른들은 몰라요>로 부일영화상 신인연기상을 받았다.

=이유미 얼떨떨하다. 언젠가 나는 잘 될 거야, 잘 버티면 좋은 일이 생길 거야, 라고 생각하며 살다가 정말 눈 앞에 그런 일이 펼쳐지니까 너무 기분이 좋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스스로를 진정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내가 한 연기로 상을 받는다는 게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인 줄도 몰랐다. 상 받은 순간만큼은 나 정말 열심히 살았구나, 잠깐이지만 그렇게 생각해도 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무엇보다도 부모님이 좋아하실 걸 아니까 그게 참 좋다.